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시리아 남쪽에는 ‘수웨이다(Suwayda)’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은 ‘드루즈(Druze)’라는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곳인데, 최근 이 지역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드루즈 민병대(무장단체)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났는데,
이 충돌로 최소 30명이 죽고,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리아 정부군은 직접 군대를 보내 수웨이다를 장악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본 이스라엘은 곧바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우리가 시리아 안에 있는 드루즈를 보호하겠다’며 공습을 한겁니다.
시리아 외교부는 이런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고 ‘시리아의 주권(나라의 권리)을 무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상황을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스라엘 모두와 대화하며 더 큰 싸움이 안 나게 하려 노력 중인데, 이스라엘은 “시리아 정부군이 수웨이다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공격을 더 세게 하겠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이스라엘 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시리아 군사본부 입구까지 폭격했다고 밝혀졌습니다.
드루즈족이 뭔데? 드루즈는 어떤 사람들일까?
드루즈는 약 100만 명 정도 되는 아랍계 종교집단입니다.
주로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데, 시리아 남부 수웨이다 지방에는 드루즈가 다수라서 이 지역이 드루즈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드루즈는 11세기(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이집트에서 시작된 종교를 믿는데, 이슬람에서 갈라져 나온 독특한 종교입니다.
특징은 굉장히 폐쇄적이라는 거라는 겁니다.
다른 종교에서 드루즈로 개종(종교를 바꾸어 믿음)하거나, 드루즈에서 다른 종교로 바꿀 수 없고, 또 드루즈끼리만 결혼해야 합니다.
시리아에서 드루즈가 사는 지역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 때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 근처입니다.
골란 고원에는 2만 명 넘는 드루즈가 살고 있는데, 이스라엘이 이 땅을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드루즈에게는 시민권 대신 ‘거주증’을 줬습니다. 그래서 드루즈 사람들은 이스라엘 국민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독특한 처지입니다.
드루즈는 종교적으로도 신비로운 집단인데, 종교 경전도 외부인에게는 거의 공개하지 않고, 믿음의 핵심을 평생 숨기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루즈 사람은 40세가 넘어야 비로소 종교의 진짜 가르침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담 삼아 말하자면, 드루즈 종교인이 “우리 믿음의 비밀을 알려줄게” 하고 속삭이면, 그 사람은 최소 40살 넘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왜 시리아 정부와 드루즈가 싸우고 있을까?
시리아는 오래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라는 독재자가 다스렸는데, 최근에 아흐마드 알샤라라는 사람이 새 대통령이 됐습니다.
알샤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드루즈는 ‘혹시 우리를 또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건 아닐까?’ 하고 긴장하고 있는겁니다.
실제로 새 정부가 진행한 국민 대화에 드루즈 대표들이 제대로 초대받지 못했고, 새 내각에 드루즈 장관은 딱 1명뿐이었습니다.
알샤라는 ‘모든 종교와 민족을 다 포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샤라를 따르는 극단적인 수니파 무장세력은 시리아의 여러 종교 소수자들을 계속 공격하고 있습니다.
드루즈와도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무장 해제 문제입니다.
시리아 정부는 드루즈 민병대가 가진 무기를 걷어가고, 하나의 국가군대로 통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드루즈는 ‘우리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거절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이 결국 충돌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시리아 정부군이 수웨이다에 들어간 직후 국방장관이 “휴전하겠다”며 어떤 지역 지도자들과 합의를 봤다고 발표하면서 군 기강을 잡기 위해 헌병을 배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국방부는 ‘불법 무장단체들이 다시 정부군을 공격해서 반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은 계속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몇 달 전에도 시리아 서쪽 라타키아에서는 아사드가 속했던 알라위파라는 종파가 공격받아 수백 명이 죽었고, 지난 4월에는 드루즈 민병대와 정부군 사이 충돌로 100명이 넘게 숨졌습니다.
그러니 드루즈는 정부를 불신하고 무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왜 시리아까지 공격하면서 드루즈를 지키려고 할까?
이스라엘은 “시리아 안에 있는 드루즈를 보호하겠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스라엘 안에도 13만 명 정도 되는 드루즈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북쪽 갈릴리와 카르멜 지역에 주로 살고 있는데, 드루즈 남자들은 1957년부터 이스라엘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야 했고, 그래서 장교나 경찰 간부로도 많이 진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드루즈와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면서, 시리아 드루즈도 우리와 “형제 같은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를 ‘비무장지대’로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시리아 정부군이 그 지역에 무기나 병력을 들여오면 공격하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시리아 정부는 당연히 “그건 우리 주권을 무시하는 거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편 드루즈 종교 지도자 히크마트 알히즈리는 정부군과 그 동맹들의 공격을 ‘잔혹한 학살 전쟁’이라고 부르며, 모든 나라에 “우리 드루즈를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드루즈 지도자들은 “시리아 정부가 수웨이다에 개입한 건 잘한 일이다. 무장 단체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정부군과 대화하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드루즈 안에서도 의견이 조금씩 다른 겁니다.
이스라엘, 시리아와 평화협정을 맺을 수도 있을까?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이 작년(2024년) 12월에 무너진 뒤, 이스라엘은 시리아 땅을 더 차지하기도 하고 계속 폭격도 하고 있습니다. 공식 이유는 “시리아가 다시 군사력을 키우거나 테러조직이 우리를 위협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가장 큰 친구 미국은 “이제 시리아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니, 평화 관계를 맺자”고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시리아도 ‘아브라함 협약(이스라엘과 아랍국가가 수교하는 협약)’에 참여하길 원합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시리아 대통령 알샤라를 만나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도 풀어줬습니다.
이건 시리아가 국제사회로 다시 나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스라엘도 이 기회에 평화협약 대상을 시리아와 레바논까지 넓히겠다며 의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험난한 현실
5월에 알샤라는 “이스라엘과의 간접 대화는 우리를 공격하는 걸 멈추게 하려는 거였다”고 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새 시리아 정부를 “극단적 이슬람 정권”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을 위협할 거라 경계했습니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CNN에 “네타냐후가 트럼프에게 시리아 제재를 풀지 말라고 요청했고, 혹시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 기회를 타 다시 우리를 공격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계속 공격하면서도, 동시에 시리아와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계획은 참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대통령 알샤라는 나라를 하나로 모으고, 이런 평화협정을 ‘시리아 국민의 자존심과 주권을 세운 성과’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이스라엘의 폭격이 그 길을 자꾸 막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