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등을 돌리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부유한 사업가들과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이들은 트럼프의 계획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이지만, 지난 일요일에는 새로운 관세 정책을 두고 “경제 핵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트럼프는 수요일, 무역 불균형이 큰 수십 개 국가에 대해 상당히 높은 ‘상호주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애크먼은 SNS X(구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런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기업 투자는 멈추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것”이라며 “미국은 전 세계와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것이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수년, 아니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의 글은 1,060만 회 이상 조회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애크먼은 트럼프가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초래한 경제적 핵겨울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주요 기업인들,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경기 침체 올 것”
이미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토요일부터 발효됐으며, 수요일부터는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각각 34%, 20%의 훨씬 더 높은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수십 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관세 폭탄에 다른 억만장자들과 대기업 CEO들도 연이어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JP모건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월요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최근 관세는 물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으며,
많은 이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관세들이 실제로 경기침체를 초래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경제 성장은 분명히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10%를 넘는 관세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또 다른 억만장자 켄 피셔는 트럼프가 내놓은 관세 정책에 대해 “어리석고 잘못됐으며, 오만하고 무역에 대해 무지하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엉터리 문제를 잘못된 도구로 해결하려는 시도”라 “다만 결국은 흐지부지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공포가 실제 문제보다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투자자 신뢰 잃는 트럼프… 머스크마저 “무관세 지대 희망”
심지어 트럼프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마저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머스크는 일요일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사실상 자유무역지대가 만들어져
무관세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애크먼과 같은 경고를 반복한 자문사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사이먼 맥아담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CNN에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라면, 수개월 내에 관세가 다시 협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수백만 달러를 들여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 결정을 쉽게 하겠느냐”며 투자가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애크먼은 X에 올린 글에서 “이번 관세는 너무 크고 불균형적이다. 우리가 투표했던 것이 이런 게 아니었다”며
90일간 ‘타임아웃’을 갖고 무역상대국들과 공정하지 않은 관세 문제를 재협상하자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국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기는 무역상대국들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이런 조치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월요일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폭락했고, 미국 주식 선물도 또 한 번 급락을 예고했습니다. 애크먼은 “어떤 CEO와 이사회가 이런 경제 핵전쟁 상황에서 미국에 장기 투자를 하려 하겠느냐”며
“대통령은 전 세계 기업가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